[제주교총 논평]정무부교육감 임명
정무부교육감 임명, 합의의 이행과 충분한 설명이 교육청의 명분을 세우는 길이다
2년째 공석이던 정무부교육감 임명 논의가 새 교육감 취임과 함께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도의회에서는 임명 여부를 묻는 질의가 이어지고 있고, 교육청은 "임명 여부를 포함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제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지금 제주교육을 둘러싼 여건은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축소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교육재정의 앞날은 불투명해졌고, 학교 안팎에서는 교권 보호와 학교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도의회 교육위원회 전문의원 인사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 AI 교육의 강화와 생성형 AI의 확산 등 교실의 풍경을 근본부터 바꾸는 변화가 밀려오면서, 학교 현장은 준비와 지원을 동시에 요구받고 있다. 고의숙 교육감이 취임 1호 결재로 내세운 '초개별화 맞춤형 책임교육' 역시 안정적인 재정과 현장의 공감, 이를 뒷받침할 교육행정의 역량이 갖춰질 때 비로소 구호가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런 시기에 새 교육감 체제가 처음으로 마주하는 굵직한 인사 결정은 단순히 한 자리를 채우는 문제를 넘어, 새 교육행정이 무엇을 우선하고 어떤 방식으로 일할 것인지를 도민과 교육가족에게 보여주는 첫 신호가 된다.
제주특별자치도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제주교총)가 오늘 이 논평을 내는 것은 임명을 가로막기 위해서가 아니다. 교원을 대표하는 단체로서, 이 결정이 논란 속에 출발해 표류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공감과 튼튼한 명분 위에서 이뤄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아래에서 밝히는 과정을 제대로 거치는 것이야말로 '모두를 위한 제주교육'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도교육청 스스로도 당위성과 충분한 명분을 갖추게 되는 길이라 믿기에,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하나. 합의의 틀을 온전히 이행하는 것이 임명의 정당성을 세우는 길이다.
정무부교육감 직제는 2024년 전임 교육감과 도의회가 공론의 과정을 거쳐 조례 개정으로 결정한 사안이며, 임명에 앞서 도의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한 것 역시 양 기관이 서로 합의한 내용이다. 제주교총은 이 결정을 존중한다. 현 교육청이 직제와 절차를 포함한 합의 전체를 온전히 이행한다면, 임명은 특정 정파의 선택이 아니라 도교육청과 도의회를 관통하는 약속의 이행이 된다. 이것이야말로 임명의 정당성을 가장 튼튼하게 세우는 길이며, 교육청이 불필요한 논란을 덜고 명분을 확보하는 길이기도 하다.
둘. 입장 변화를 직접 설명하는 것이 신뢰를 얻는 길이다.
고의숙 교육감은 교육의원이던 2024년, 이 직제의 신설에 대해 "공감대가 부족하다"며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취임 이후 임명 검토가 이뤄지는 것을 두고 도의회에서 "입장이 바뀐 것 아니냐"는 물음이 나온 것도 그 연장선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부담이 아니라 기회일 수 있다. 2년 사이에 무엇이 달라졌는지, 당시의 문제의식이 지금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교육감이 도민과 교육가족 앞에 직접 설명한다면, 입장 변화는 번복이 아니라 숙고의 결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 설명의 과정이 곧 언행일치에 대한 물음을 스스로 해소하고 신뢰를 얻는 길이다.
셋. 정무부교육감이 보은·측근 인사의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무부교육감은 2급 상당 별정직으로, 교육감이 사실상 임의로 사람을 앉힐 수 있는 자리다. 이 자리가 선거 공신에 대한 보은이나 측근 챙기기의 통로로 비쳐진다면 제주교육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도민의 신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최근 도의회 교육위원회 전문위원 임명을 둘러싼 논란에서 보았듯, 인사를 둘러싼 잡음은 그 자체로 교육 관련 기관 전체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반대로 교육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첫째 기준으로 삼아 인사를 고르고, 인사청문회에서 검증의 취지를 온전히 살려낸다면, 첫 정무부교육감은 논란이 아닌 신뢰 속에서 출발하게 된다. 좋은 인사와 충실한 검증이야말로 이 직위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며, 그것이 교육감의 인사권에 힘을 실어주는 길이기도 하다.
넷. 현장 기여를 설명할 수 있을 때 우려는 지지로 바뀐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축소 개편 논의로 교육재정의 앞날이 불투명한 가운데, 재정 여력을 보완해 온 도교육청 기금마저 사실상 소진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최근 서귀포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외부인이 교실에 침입해 교사의 텀블러에 체액을 넣는 충격적인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교권 보호와 학교 안전이 얼마나 절박한 과제인지 온 도민이 확인한 터다. 이런 때에 고위직 한 자리를 채우는 일이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 자리가 교권 보호와 학교 안전, 학력신장과 재정 위기 대응 등 현장의 과제 해결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교육청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현장 교원의 의견을 듣는다면, 지금의 우려는 오히려 지지의 토대로 바뀔 수 있다. 설명과 경청은 교육청이 치러야 할 비용이 아니라, 새 직위가 힘 있게 일할 수 있게 하는 투자다.
제주교총은 정무부교육감 임명 문제를 정치적 유불리가 아니라, 학교 현장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와 절차가 얼마나 정당한지를 중심에 두고 바라보고자 한다. 합의의 온전한 이행, 전문성 있는 인사와 충실한 검증, 그리고 산적한 현안을 풀어낼 분명한 소임의 제시. 이 과정을 거칠 때 이번 임명은 '모두를 위한 제주교육'에 실질적인 힘이 되고, 도교육청 또한 누구도 흔들 수 없는 명분을 얻게 될 것이다. 교육교부금 축소 개편처럼 제주교육이 한 목소리로 대응해야 할 과제가 눈앞에 있는 지금, 그 신뢰와 명분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2026. 8. 5.
제주특별자치도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장 정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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