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교육활동보호담당관, 간판보다 실효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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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정훈 제주교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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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교육청이 오는 2027년 1월 교육감 직속 '교육활동보호담당관'을 신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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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개편안이 도의회 의결을 거치면 기존 교육활동보호센터를 과 단위 조직으로 키워 예방과 갈등조정, 사안 대응, 피해 회복을 한곳에서 맡긴다는 구상이다. 제주교총은 이 결정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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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앞에서 선생님 혼자 싸워야 했던 시간이 너무 길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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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환영은 출발점일 뿐이다. 조직의 이름이 바뀐다고 교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담당관이 성공하려면 간판보다 실효성을 먼저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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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교육활동보호센터도 안심콜센터 운영, 심리상담과 회복 프로그램, 제주지방변호사회와 함께하는 '우리학교 변호사' 25 명까지 적지 않은 일을 해 왔다. 다만 사안이 터진 직후 선생님들이 체감하는 초기 대응은 여전히 아쉽다. 상담과 법률, 심리 지원이 여러 창구로 나뉘어 있어 정작 가장 힘든 순간에 무엇부터 해야 할지 혼자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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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 일 토론회는 회복적 정의에 기반한 갈등조정을 주제로 삼았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학교 안의 갈등을 대화로 풀어 주는 의미 있는 생활지도 방법이다. 그러나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일 뿐, 담당관이라는 새 조직의 근간이 되기에는 그릇이 작다. 담당관이 맡을 일은 학생 간 다툼에서 악성민원,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교원을 향한 범죄까지 아우른다. 이를 대화와 조정의 틀로만 보면 법적 보호가 필요한 순간에 선생님을 지키지 못한다. 담당관의 근간은 교원의 교육활동을 지키는 '보호'여야 하고 회복적 접근은 그 안에서 쓰이는 도구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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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도는 이미 앞서 가고 있다. 인천은 지난 2024 년 1 월 전국에서 가장 먼저 교육활동보호담당관을 두고 법률·행정·심리 지원을 한곳에서 제공하고 있다. 대전은 지난 9 월 장학사·변호사·상담사 등 14 명 규모의 교육활동보호관을 출범시켜 사안마다 전담 장학사를 배정한다. 경기는 교권보호전담관의 역할을 조례로 정했다. 제주는 늦게 출발하는 만큼 그 경험에서 배울 수 있는 이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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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간 곳에서 나온 목소리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는 출범 전 심의에서 기존 에듀힐링센터와의 기능적 차별성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고 5 년간 약 60억 원이 드는사업을 "단 한 장의 보고자료"로 설명했다고 질타했다. 한 지역 정당은 "기존 제도 공백과 운영 실태에 대한 평가 없이 역할이 겹치는 기구만 늘리는 것은 행정 비대화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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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총의 입장도 분명하다. 한국교총은 전담 조직 논의가 본격화된 지난 6 월 "단순히 교육부나 교육청 내에 새로운 행정 부서 하나를 신설하는 물리적 구조의 개편만으로는 시·도 교육청 간의 보호 격차나 현장의 실질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청 단위 조직은 현장의 교권 침해에 즉각 대응해야 하며 악성 민원을 종결하고 고발·수사 의뢰를 요구할 수 있는 실질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전담 조직 신설에 반대하는 쪽에서도 "알맹이 없는 보여주기식 기구 신설은 또 다른 행정 절차와 규제만 양산하고 예산과 인력을 낭비하는 악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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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과 비판의 언어는 다르지만 결론은 같다. 간판만 바꾼 조직은 안 된다는 것이다. 제주는 이 경고를 출범 전에 듣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기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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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총은 담당관이 실효성을 갖추기 위한 다섯 가지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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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사람이 늘어야 한다. 기존 센터 인력을 옮겨 담는 데 그치면 이름만 바뀐 센터가 된다. 법률, 조사, 상담, 갈등조정을 맡을 전담 인력을 실제로 늘리고, 제주시와 서귀포시 어느 학교든 같은 속도로 지원받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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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권한의 근거를 조례로 세워야 한다. 조직개편안은 부서를 만드는 근거일 뿐이다. 경기처럼 담당관의 역할과 권한, 인력 기준을 정한 운영 조례가 있어야 교육감이나 조직이 바뀌어도 제도가 흔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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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초기 대응이 빨라야 한다. 사안이 접수되면 전담자가 배정되고, 법률 상담과 외부 전문가 연계, 심리 지원이 한 번에 이어져야 한다. 선생님이 여러 창구를 찾아다니며 혼자 헤매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담당관의 첫 번째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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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회복적 접근은 보호 체계 안의 도구로 두어야 한다. 담당관의 중심은 예방과 신속한 대응, 법률 지원, 피해 회복이다. 회복적 조정은 대화로 풀 수 있는 사안에 한해, 피해 교원이 원하고 양측이 동의할 때 쓰는 선택지여야 한다. 진행은 교사가 아닌 전문가가 맡고, 조정 절차가 법적 보호조치를 늦추는 통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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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학교의 업무를 덜어내야 한다. 학교폭력, 교육활동 침해, 생활교육이 담당 교사 한 사람에게 몰려 있다. 학교와 교육지원청, 담당관의 역할을 나누고, 새 조직이 학교에 서류 한 장을 더 요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담당관의 성과는 상담 건수나 조정 실적만으로 재서는 안 된다. 피해 교원이 제때 보호받았는지, 교실이 얼마나 빨리 일상으로 돌아왔는지, 학교의 업무가 실제로 줄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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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은 신설까지 남은 시간 동안 인력과 예산, 권한의 구체적인 설계안을 현장에 공개하고 의견을 들어야 한다. 도의회도 조직개편안을 심의할 때 이름이 아닌 내용을 따져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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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총도 현장의 목소리를 모아 설계 과정에 적극 참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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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여러 시도보다 늦게 출발한다. 그러나 늦게 출발하는 만큼 더 잘 만들 수 있다. 교사가 혼자 싸우는 시대를 끝내는 것, 그것이 담당관이 존재하는 이유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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